대한민국에서의 전국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에 따라 개시된 초, 중, 고등학교의 개학 연기와 등교 일정에 대하여 서술하는 문서를 바탕으로 교육법과 그에따라 발생되는 여러문제와 해결글들을 요약했다
- 코로나 사태로 인한 휴교는 아동들에게 불평등한 영향을 끼쳤다. 팬데믹 상황에서 모든 아동이 똑같이 학업에 필요한 기회와 도구 및 접근성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수백만 명의 학생들에게 휴교는 학업의 일시적 중단이 아니라 갑작스럽고 영구적인 중단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 정부는 코로나 이후 정상복귀 계획에서 교육을 핵심에 놓고, 전세계 모든 아동이 무상 교육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병은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에 위협을 가하거나 목숨을 앗아갔다. 그 중에도 가난하고 고령으로 저항력이 약한 사람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한 학습 소외와 학습 결손 역시 빈곤 취약계층 자녀들에게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집에서 학습할 쾌적한 물리적 환경이 안 되는 아이들,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자기주도로 학습하는 능력이 갖춰있지 않은 아이들(특히 초등 저학년), 학습 결손이 누적되어 특별히 이들에게 맞춤으로 제작한 학습 자료가 아니면 학습 자체가 불가능한 아이들, 인터넷 접속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장비 자체가 없는 아이들(학교가 원하면 대여하지만 스스로 대여 받지 않은 아이들), 한국어 이해가 서툰 다문화 가정 아이들, 특수교육 대상자 아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에게 학습 공백이나 학습 결손을 메우기 위해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를 기본 바탕으로 한 학습의 특별한 가속과 촉진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실효성 있는 보정과 모두를 위한 고품질 학습(Quality Learning for All)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에게는 원격수업보다 교사의 실시간 안내, 진단, 피드백이 가능하고 동료 압력(peer pressure)과 협업이 존재하는 대면수업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서 일부 주요국에서는 등교수업의 우선순위를 이런 아동들에게 우선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미국의 어떤 학구는 새 학기를 맞아 개학한다면 학년별 반편성 대신에 필요 기준 학생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학습 결손과 격차 심화를 만회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펴는 모범 국가가 있다. 영국 정부는 9월 모든 학년이 등교를 재개하면 그동안 밀린 수업을 따라잡기 위한 대규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잉글랜드 지역 학생들이 휴교기간 뒤처진 공부를 만회할 수 있도록 10억 파운드(약 1조5천억원) 규모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이중 3억 5천만 파운드(약 5천200억원)는 가장 빈곤한 학생들이 신학년 동안 개인교습을 받는 데 사용된다. 한편 나머지 6억 5천만 파운드(약 9천700억원)는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학생들이 일대일 또는 그룹 교습을 받는데 지원될 예정이라고 한다(연합뉴스, 2020년 6월 19일). 한국에도 이런 정책이 시급히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학습 격차는 학교교육의 원격수업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사교육에 의한 학습 격차 역시 심각한 문제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학습과제는 적당히 해서 출석의 임무를 완수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학원에 가서 선행학습이나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한다. 학습 격차는 또 학교 간에도 심하게 발생한다. 교육과정 운영이 덜 경직적인 사립학교들은 공식적 진도는 적당히 나가고 대입시 준비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교육을 통해 자녀 입시준비를 잘 하고 있는 학부모들 중에는 학교에 전화를 해서 과제를 애써 많이 내주지 말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세계 주요국들처럼 한국의 교육부와 교육청도 뒤처지는 아동들에 대한 특별한 긍정적 차별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등교수업의 기회를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일, 개인별 맞춤 학습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결손을 예방하고 보정하기 위해 교원 증원을 위한 특별 예산을 확보하는 일, 지역사회, 민간단체 등과의 사회적 연대를 모색하는 일도 필요하다.
교육 변화의 원리
교육 소외에 대한 이상의 다양한 원인을 알고 각 원인별 해결책을 추진하면 우리가 기대하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풀란은 자신의 책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학교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2016)에서 “학교변화의 실패 원인 중 하나는 개혁가나 정책결정자의 잘못된 가설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단적으로 ‘학습부진 해결을 위해 기초학습보장법을 제정하고 적당한 예산과 기초학습 부진 담당 교사를 배정하면 학습부진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와 같은 것이 잘못된 가설의 전형이다. 교육의 변화는 이렇게 선형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학교 변화에는 원리가 있다. 이는 세계 교육계에서 오랫동안의 임상적 경험에 의하여 알게 된 것들이다.
교육은 어떤 원리를 따르면 변할 수 있는가? 이 분야 권위자 중 한 사람인 풀란은 ‘기초학습 부진의 완화’라는 변화를 기대할 경우 가장 먼저 이런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meaning of educational change)부터 숙고하라고 조언한다. 이것이 이해당사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부터 따져보라는 것이다. 변화는 일반적으로 ‘상실, 불안, 저항, 투쟁, 양면성, 불확실성’ 등을 동반한다. 그래서 변화를 추진할 때는 이런 변화를 주도할 교사들이 겪게 될 ‘혼란, 부담, 냉소, 불신, 두려움, 치를 대가’ 등의 주관적 의미(subjective meaning)를 잘 헤아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해 ‘서울학생 기초학력보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사 단체들을 포함한 여러 자문 위원들과 회의를 할 때 교사집단으로부터 나왔던 다양한 이견과 저항이 기억난다. 이는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교육변화의 성패는 교육자들이 도입하려는 새로운 정책에 대해 얼마나 개인적인 의미(personal meaning)를 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 의미뿐만 아니라 집단적 의미(collective meaning)까지도 찾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의미(meaning)이며, 집단의 구성원들 간에 공유될 수 있는 의미(shared meaning)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개인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특히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찾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는 어떤 좋은 의도의 정책이라도 실패하기 쉽다(Fullan, 2017).
풀란은 또 학교 변화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사회개혁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변화의 현상학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교육시스템 내에 만연해있는 고립주의와 개인주의에 정면으로 맞서 이를 해결하려는 것은 무리한 시도이다. 개혁이란 단지 최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실과 학교, 학구 등의 문화 전체를 바꾸는 작업이다. 교육개혁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맺음말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학습 소외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학습 소외와 학습부진 문제를 분절적으로 대응해서는 효과가 적다고 하면서 필자는 분절적으로 해설하고 말았다. 이제 이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며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를 해야 할 때다.
어떤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를 내려면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Fullan, 2016). 이는 학교, 교육청, 교육부가 동시에 바뀌어야 하고 하향식(top-down)과 상향식(bottom-up)의 조화로운 절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교육부와 교육청은 지시만 하는 하향식 위주였다. 이런 식으로는 바람직한 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 과거 수십 년 간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도 학업 성취도 향상이 미미한 현실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들로 하여금 학습이 느린 아이들을 위해 쏟을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연구년 제도를 활용해 학습이 느린 학습자들을 위한 맞춤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학습과학을 적용한 새로운 교수법 개발 같은 것도 적극 시도해보면 좋을 것이다. 또한 선별과 성적 중심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수능의 자격고사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장은 교사들이 행정일보다 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 학습 소외와 학습부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 학습하고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아울러 교사는 끊임없는 현장연구(action research)를 통해 효과적인 수업 방법이 무엇인지 실험해서 증거기반의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 소외와 배제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지금의 현실이 조속히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 김위정 외(2017).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 실천과 과제: 혁신중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경기도교육연구원
• 마이클 풀란(2016).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 교육을바꾸는사람들.
• Hargreaves, A., & Fullan, M. (2012). Professional capital: Transforming teaching in every school. New York, NY: Teachers Colleg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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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ica Minahan 외(2012) The Behavior Code: A Practical Guide to Understanding and Teaching the Most Challenging Students. Harvard Education Press
• John Hattie(2017). Hattie Ranking: 252 Influences And Effect Sizes Related To Student Achievement.
Hattie Ranking: 252 Influences And Effect Sizes Related To Student Achievement
• Paul Howard Jones 외(2018). APPLYING THE SCIENCE OF LEARNING IN THE CLASSROOM. Impact(Journal of the Chartered College of Teaching)
Applying the science of learning in the classroom
• What is SEL?https://casel.org/what-is-sel/
코로나와온라인 원격교육시대가 학생 학습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
코로나 이후(AC) 바람직한 교육의 변화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