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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지켜주는 법 청소년 촉법 소년

by 뚱딱지1031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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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죄는 소년범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촉법소년을 다룬 <소년심판>

요즘 아이들은 성인 못지않게 성숙하다. 어른 뺨치는 욕설도 자연스럽게 내뱉고 또래끼리 집단 폭행 및 성폭행 사건도 비일비재 하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바로 법 적용 대상 연령보다 어린 만 10세~14세 미만의 소년범이기 때문이다. 과거 청소년 보호법상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에게는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만 가능했지만 현재는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일 경우 최대 징역 20년까지도 선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미성숙한 판단력을 가진 학생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 혹은 아무런 처벌 없이 풀려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직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범행이기에 더욱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사건사고들은 주로 미성년자 범죄 관련 기사들인 것 같다. 과거와는 다르게 현재 청소년범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흉악범죄 또한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소년법 폐지 청원운동도 진행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소년법 폐지를 주장할까? 먼저 소년법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2020년 12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촉법소년’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우리나라 법상 만 14세 미만은 범법행위를 해도 형사처분 대신 보호처분만 받는다”며 “그마저도 제대로 된 처분을 받지 않고 사회봉사 명령 같은 솜방망이 처벌에만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아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모르고 자라게 된다”며 “이러한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사람들은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촉법소년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촉법소년 제도 폐지는 왜 필요할까? 마지막으로 촉법소년 제도 폐지 찬반 의견 및 근거 정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의 쟁점 사항을 알아보자.

소년법 제4조 1항에 따르면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는 범법행위를 저질렀어도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형벌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되어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따라서 죄를 저질러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행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성인과는 달리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교화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촉법소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대 측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현행법상으로는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또 강력범죄나 성범죄 발생률이 증가 추세에 있어 자칫하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 선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굳이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중 무관심은 정말 무섭다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다"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아무도 모르더라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가 성폭행 피해 청소년 앞에서 읊조리며 한 말이다. 심 판사 자신도 소년범의 피해자다. 그녀는 소년범을 혐오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촉법소년을 없애고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하지만 내 가족 또는 내가 사랑하는 그 어떤 이가 피해를 봤을 때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촉법소년 없애고 법을 강화하거나 반대로 시스템을 보완하고 지원을 높여 범죄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도 좋다. 나는 뭐든 좋다고 여긴다. 단, 전제가 있다. 그 결과로서 가해자가 만들어 낸 상처와 아픔을 가해 청소년 자신이 깨닫게 되어야 한다. 폭행 당사자와 성폭행을 당한 친구의 아픔, 왕따를 시켜 자살할 정도의 상처를 준 피해 아이의 아픔, 차 사고를 내서 사람이 죽고 그 가정이 파탄 난 아픔 등 피해자와 그의 가족에게 준 엄청난 고통을 가해자가 알고 깨닫게 해 준다면 뭐든지 좋다. 그 순간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교화이고 갱생이며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나오는 촉법소년 폐지 주장

소년심판이 뜨자 아니나 다를까 촉법소년 폐지 관련 기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지만 그들은 사건에 따른 분노와 혐오감정을 두둔하고 클릭 수 높이는 데 혈안이 된다. 대중의 분노와 혐오에 충실할 때 돈이 되는 것을 아는 이들이 많다.

소년심판에 나오는 범죄는 대부분 실제를 모티브로 했다. 첫 회에 나온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은 2017년 3월, 인천 A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으로 당시 16세였던 B양이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어린이를 유괴해서 토막살인한 잔인한 사건이다. 18세였던 방조범 C양이 수면 위로 나왔고 그녀의 집안 재력에 대단했다는 기사.

14세 이상 범죄소년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나이지만 19세 미만으로 소년법 특례를 받아서 최장 20년 이상을 구형할 수 없다. C양이 최종 20년 구형을 받았었다.

범법소년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만14세 이상~만19세 미만인 #범죄소년, 만 10세~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만10세 미만인 #범법소년으로 구분한다. 10세 미만 어린이는 죄를 지어도 처벌을 할 수 없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은 못하고 소년원이나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범죄소년은 보호처분과 형사처분을 모두 받지만, 특례를 받아 강력범죄를 지어도 최장 20년 이상 구형을 못 한다.

촉법소년을 폐지하자는 여론이 지배적인데 만14세 미만도 죄를 지으면 형사처벌을 하자는 의견이다. 매번 두 가지 의견이 팽팽하게 나뉜다. 정치인들도 대다수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쪽으로 주장하고 있다. 여론 추이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반대로 관련 전문가들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는 촉법소년을 폐지하거나 나이를 낮춘다고 해서 범죄율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청소년 범죄의 해묵은 논쟁이다. 법이 바뀌거나 어떠한 정책적인 대안이 만들어졌다는 소식보다는 매번 청소년 범죄가 쟁점이 되면 논쟁만 하다가 끝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슈와 논쟁만 있을 뿐 그 이상의 진전이 없는 법안과 정책을 대할 때면 답답함을 넘어 화가 날 때가 많다.

우리나라 촉법소년 나이는 1953년 도입되었다. 거의 70년이 지난 법인데 지금까지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을 제외한 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에서는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소년법의 목적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교정과 건전한 성장에 맞추어져 있다. 전 세계가 비슷하다. 청소년기라고 일컫는 10대의 때에 성인범죄와 다르게 교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내용이다. 범죄 저지른 후 죗값을 받도록 성인들과 똑같이 죄를 물었을 때 이후 범죄율이 줄어들기보다는 더욱 증가한다는 것. 선진국이라고 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10대에게 죄를 물으면서도 교정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는 이유다.

소년법은 교정과 성장에 방점이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청소년 범죄의 원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일차적으로 가장 주요한 요인은 가정이다. 부모라는 말이다. 내가 만난 현장에서도 비슷했다. 소년심판에서 보이는 범죄를 일으키는 청소년 부모의 모습들 또한 한결같이 몸 쓸 놈들이었다. 대형로펌 변호사를 고용할 정도의 부와 권력이 있지만, 딸이 법정에 섰는데도 나와 보지 않고 자기 일에 바쁜 부모, 자신을 버린 엄마가 아픈 것 같아서 찾아갔지만 다른 남자와 살고 있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 야구 방망이로 딸을 폭행하면서 돈을 갈취하는 아버지, 자녀를 입시 기계로 치부하면서 오로지 성적만 오르면 된다는 생각으로 키우는 부모 등이 그렇다. 

이들이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부모일까? 청소년 현장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여러 부모를 봤다.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부모들 의외로 많다. 부모 자신만 깨닫지 못할 뿐이다.

부처 가운데 가장 힘이 있다고 여기는 법무부, 이곳 산하의 청소년기관의 열악한 현실을 보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회복센터에서 450만 원 병원비를 몰래 만들기 위해서 체험활동비 등을 유용해야 한다. 다른 기관들 수십억씩 쓰는 것도 자유로운데 유독 청소년기관의 지원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특히나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과 사각지대 청소년의 지원은 왜 이렇게 야박한지 알 수가 없다. 경제적인 논리로도 이들이 변화되어 성인으로 잘 자라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과 범죄자로 살아가는 것은 엄청난 이득 또는 손실로 이어질 텐데 그들에 대한 지원은 왜 이리 열악한지 오히려 나라에 반문하고 싶다. 보호관찰 담당자들도 너무 많은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 드라마 '회복센터'에서 나타나듯이 열악한 상황에서 그 누군가의 헌신으로만 그들을 보호하며 개도하도록 만들어 놓은 법과 정책을 바꾸려는 노력은 게을리한다.

청소년 분야에 대한 전문성 지원과 공적 영역의 위치도 문제다. 판사들도 가장 일하기를 꺼리는 곳이 소년 분야라고 했다. 지자체에 청소년 관련 부서 또한 한직이면서 가기를 꺼리는 곳이기도 하다. 청소년 정책의 담당 부처가 여성가족부라는 것을 아는 이들이 적을 뿐더러, 청소년 관련 기관단체들이 모여 대선 후보들에게 정책 제안을 하면서 청소년 정책은 여가부에서 나와서 독립적인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상처가 있는 청소년이나 소외되고 가난에 찌들어 있는 청소년의 사회적인 지원체계 또한 약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사회다. 청소년과 관련된 곳에서 일하는 전문직들의 처우를 찾아보기 바란다. 특히 가출청소년, 가출팸, 그룹홈, 학교폭력 등 사각지대 청소년을 지원하는 관계자들의 처우가 어떤지?

청소년을 대하는 사회의 이중적인 태도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입시생 이외는 그 어떤 위치도 용납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사회적 관점이 지배하고 있다. 항상 청소년은 어리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니 선거권도 줄 수 없고 정치사회 참여는 어른들이나 하는 것이니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언제나 미성숙 담론에 가두고 관리 통제하면서 권리는 모두 빼앗은 상태다.

그 안에서 송곳처럼 튀어나오는 극소수 악랄한 청소년 범죄만을 부각하며 가해자의 행동에만 집중하고 분노하면서 죄를 지었으면 똑같이 어른과 같이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의 본질에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처벌 강화인가? 기회를 더 줄 것인가?" 이 해묵은 논쟁에서 처벌 강화를 위해 무조건 나이를 낮추면 된다는 의견을 보면 자괴감이 들 정도다.

죄지은 자 죗값을 받는 게 맞다. 학교 폭력은 학교라는 글자만 빼면 폭력이다. 형사법으로 넘어가면 처벌받아야 맞다. 문제는 벌을 주는 근본적인 목적이다. 청소년이 범죄의 사각지대에서 나락으로 빠져 버리는 상황은 간과한 채 무조건 처벌에만 집중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힘겨운 상황이 되고 말 것이다.

10대 청소년이 범죄자 낙인찍힌 이후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대부분의 청소년 강력범죄에서 촉법소년을 교정 없이 사회와 격리해 교도소에서 범죄를 학습하는 기회만 만들어 줄 수 있다.

해결책은 없을까 

청소년 범죄의 근본 원인은 그들 환경의 문제다. 가족 안에서의 폭력과 방임 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 관련 전문직종의 안정성에 기반을 두어 고도화된 전문가들이 더 많이 참여하여 현장의 최전선에서 청소년과 직접적인 관계 안에서 문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시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입시 문제로 인한 경쟁문제, 억압적 교육 환경을 타파할 수 있도록 최소한 청소년을 입시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시민으로 존중해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교육정책은 입시정책이 아님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욱더 큰 문제를 양산할 것이다.

몇 개국이 시행하는 것처럼 극소수가 벌이고 있는 살인이나 성범죄 등 중대범죄를 의도적으로 하는 극악한 범죄는 촉법소년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 외의 청소년들은 소년원이나 교도소보다는 또 다른 청소년 관련 기관단체의 전문성 있는 곳에서 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형성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분풀이식 처벌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 어떤 일이든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고 일을 해야 한다.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일의 수단으로 대할 때 청소년은 그 어떤 변화도 있을 수 없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만나게 되는 교사, 경찰, 변호사와 판사, 보호관찰 등 우리 모두를 만나면서 청소년을 자신의 자녀까지는 아니어도 그저 일로서 지나가는 어떤 물건과 같은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존중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학교 교육도, 청소년 활동 현장도, 상담도, 복지의 현장에 단순히 업무로서 단순히 월급 받는 일로서 치부해 버릴 때 드라마상에 아프고 상처 입은 아이들은 더욱더 증가할 것이다. 우리가 청소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는 일이다.

죄를 지었을 때 그 죄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지 가해자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는 것. 그 방법이 촉법소년을 폐지하는 수준이 아닌 그 이상의 논의가 시작되어 70여 년 가까운 소년법의 주요한 부분을 바꾸고 정책을 보강하고 예산을 전폭적으로 높여야 하며,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 내려는 노력은 국가와 함께 우리 모두가 삶을 살아 내고 있는 가정과 지역 현장 그 바닥부터 있어야 한다.

소년범죄는 소년범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것. 이것만큼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
 

 

 

폭력의 이면


과거 소년원에서 담임을 할 때 우리 반에 승호(가명)라는 소년이 있었다. 당시 17살 정도였고 과묵한 성격에 운동을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역도 유망주로 운동을 하다 그만둔 경험이 있어서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에 힘이 굉장히 좋았다. 

부모는 승호가 어렸을 적에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이혼했다.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어린 승호와 어머니를 폭행했다. 어머니가 외동인 승호를 혼자서 힘들게 키웠다. 승호는 좋아하는 역도를 하다 코치의 폭력과 부상 등의 이유로 그만둔 후 방황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학대와 운동을 포기한 좌절감으로 분노조절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소년원에 오기 전까지 보호관찰과 소년분류심사원을 거쳤다.

결국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폭행)으로 9호 처분(소년원 6개월)을 받았다. 평소에는 큰 문제없이 소년원의 교육활동과 단체생활에 임했지만, 분노조절이 되지 않을 때는 동료와 시비가 붙어 폭력을 휘두를 때가 종종 있었다.

승호가 소년원에서 퇴원하고 몇 개월 지난 후, 비슷한 시기에 퇴원했던 우리 반 소년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부를 전하던 중 소년이 말했다.

"선생님! 승호 형 소식 들으셨어요?"
"아니. 무슨 일 있니?"
"승호 형, 죽었어요."
"...... 왜?"
"술 마시고 물에 뛰어들어서 죽었대요."

죽음에 관한 소식을 종종 듣는다. 사고로 죽은 아이들, 스스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 마음속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어른들과 사회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하다.

'결핍'과 '상처'

예전에 비해 신체적으로 훨씬 성숙했다고는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도 애들이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호기심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웃고 울고 떠드는 마냥 10대들이다. 그중에서 위기청소년은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진단하고 보호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찾은 것 중 하나는 '결핍'이다.

절도와 오토바이 무면허운전으로 소년부 재판을 앞두고 있는 기훈(가명)이는 태권도 유망주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전국대회에 나갔다. 준결승전이었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발차기를 하려던 순간, 관중석에 앉아있는 한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빈틈을 본 상대가 기훈이의 머리에 발차기를 했다. 기훈이는 매트에 쓰러지면서도 그 아주머니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대회가 끝난 후 기훈이는 태권도부 합숙소에서 운동을 하던 중 선배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동기들과 숙소를 이탈했다. 가출 기간 동안 인형뽑기방에서 지폐 교환기를 털었다. 오토바이 폭주를 뛰던 불량교우들과 어울리며 밤거리를 달렸다.

"엄마, 였어요. 제가 아기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빠는 교도소에 가셨어요. 할머니가 저를 키웠는데, 4살 때인가 제가 하도 보채니까 할머니가 저한테 앨범을 하나 주셨어요. 엄마가 저를 안고 찍은 사진들이 많았어요. 그때부터 매일매일 앨범을 안고 살았어요. 고등학교 들어가서도 운동하다 힘들 때면 엄마 사진을 봤으니까요."

기훈이는 시합이 끝나자마자 관중석으로 뛰어갔다. 엄마를 찾아 체육관을 뛰어다니는데 엄마가 자신과 시합을 했던 소년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앨범에서 수도 없이 봤던 엄마 미소를 눈앞에서 봤지만. 기훈이는 그냥 뒤돌아섰다.

가슴 속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변의 공감과 지지가 없는 소년들은 그 시간을 여느 또래들보다 더 힘들게 견뎌야 한다. 사회의 무관심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년들을 교화하기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분들에게도 공감과 지지는 필요하다. 

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신입반 담임을 할 때다. 손목에 유난히 자해흔이 많았던 진수(가명)를 만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진수는 폭행 및 공동공갈, 갈취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신입반 교육 기간 동안 수업태도도 좋고 예의바른 태도로 생활했다. 5일 차 되던 날, 진수가 교실에서 과제를 작성하는데 옆자리 동료가 듣기 안 좋은 말을 했다. 진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동료에게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교사들이 제지한 후 진수를 상담실로 데리고 가서 안정을 시켰지만, 진수는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 

진수의 어머니는 진수가 4살 때 집을 나갔다.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다. 공장에서 2교대로 일하던 아버지는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둘렀다. 아버지는 어린 진수를 들어서 벽에 던지기까지 했다. 진수와 두 살 위 누나는 어쩌다 아버지가 때리지 않는 날에는 더욱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또래들처럼 유치원을 다니지 못해 한글도 제대로 몰랐다.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남루한 차림이라 아이들이 피했다. 등교 길에 교문앞에 선 진수는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다. 가방을 메고 학교 주변을 맴돌다가 하교 종이 울릴 때 집으로 가기도 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피하기만 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왕따를 당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성적이 좋으면 아이들이 따돌리지 않을 것 같아 죽어라 공부를 한 적도 있었다. 중간고사 성적을 상위권으로 올렸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반에서 제일 힘이 센, 노는 친구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수를 툭툭치면서 괴롭혔다. 머리를 때리면서 "이 엄마 없는 XX야! '라고 욕을 했다. 진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친구를 주먹으로 한 대 때렸다. 친구는 교실 한 가운데 뻗어버렸다.

진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때렸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의 일방적인 피해자였던 진수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노는 선배들이 잘 친다며 진수를 데리고 다녔다. 오토바이 폭주를 뛰고 술집에도 갔다. 후배들에게 돈을 걷어 오라고 협박하여 용돈을 챙기기도 했다.

진수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고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고깃집 홀서빙, 건설현장 일용노동, 신문 배달, 택배 물류센터에서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리고 누나의 학원비도 대줬다.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였지만, 나이가 들고 간경화로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챙길 만큼 순한 심성을 가진 진수였다

열심히 살기도 했지만 마음을 잡기가 힘들었다. 가슴 속에 무언가 뜨거운 응어리가 들어앉은 것 같았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고 깨진 소주병으로 손목에 자해를 했다. 팔과 가슴의 문신이 점점 늘어났다. 결국 폭행과 갈취 등으로 소년부 법정에서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어 상담실에서 나와 마주 앉은 것이다.

상담실의 창문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좋은 추억은 없었니? "

긴 시간동안 자신의 과거를 담담하게 얘기하던 17살 진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5살인가 6살 때였어요. 그날 아빠가 제 손을 잡아줬어요. 손을 잡고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다녔어요. 놀이공원에 간 것도 아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간 것도 아닌데 아빠가 제 손을 잡고 걸어 다녀줬어요. 그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4주 후, 다시 소년부 법정에 선 진수는 9호 처분(소년원 6개월)을 받았다. 진수는 소년원에 가서도 폭력적인 성향을 자주 표출했다. 동료들을 폭행하고 교사의 지도에 불응해서 징계를 많이 받았다.

수많은 진수에게 필요한 것은 정서적인 안정을 위한 수용환경과 전문가들의 보호와 교육, 상담과 치료다. 하지만 인권친화적인 수용환경 조성과 개별처우를 통해 재범을 방지하는 소년범죄예방 정책에 대한 여론의 공감도와 이해도가 너무 낮다.

이들이 성인범으로 진화하면 구치소와 교도소에 수용된다. 출소 후 전자발찌를 채워서 5년, 10년 동안 관리·감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변화 가능성이 높고 회복 탄력성이 큰  청소년기에 보호처분으로 교화하는 것이 합리적·효율적인 범죄예방정책이 될 수 있다. 
   
주요 국정과제인 '촉법소년'과 '소년범죄' 문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폭력과 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몇 년 전에 소년분류심사원에서 만났던 한 소녀가 쪽지를 보내왔다. 이제는 20대 청년이 되어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안부를 전했다.

"청소년 시기에 나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나쁘다 생각하지 말고, 그 속에 아픔을 들여다 봐주세요. 어른이 되고 난 후에 남에게 준 상처에 미안함을 느끼고 보답하는 멋진 어른이 되기를 바라며, 아직도 철없고 못나고 가시에 돋쳐 가시를 세우는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정말 그저 아이이기도 해요. 강한 자만 살아남고 돈 많은 자만 살아남게끔 만들어놓은 대한민국 그 자체를 보며 아이들은 살아가는 방식을 그렇게 찾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소년범에게 아들 잃은 판사 ‘촉법소년’ 제도를 묻다

[윤석진의 캐릭터 세상] <소년심판> 심은석
<소년심판>. 넷플릭스 제공

​‘유전무죄 무전유죄’. 30여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탈옥수의 마지막 외마디는 록밴드 비지스의 ‘홀리데이’와 함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돈이 곧 권력이라는 세상 이치를 알려주듯, 이 외마디는 ‘유권무죄 무권유죄’로 변주되어 국민의 법 감정을 착종시켰고, ‘법보다 가까운 주먹’에 명분을 제공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현실이 그랬다. 법치국가를 대변하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자본과 권력의 유무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판결이 내려질 때마다 자성과 자조의 목소리가 쏟아져도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만약 법조인이 범죄의 피해자라면 사법부는 어떤 판결을 내릴까. 불편부당의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는 사법부의 판결을 두고 함부로 예단해서는 곤란하지만, 궁금함을 지우지 못하겠다. 소년범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제한은 있지만, 법 집행의 당위성에 물음을 던진 넷플릭스 <소년심판>은 궁금증의 일단을 해소하기 좋은 법정드라마다. 단호한 어조로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말하는 심은석(김혜수)은 소년범죄로 어린 아들을 잃고 파국에 이른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다. 심은석의 사례는 법조인도 법리적인 판단과 신속한 재판이라는 소년법정의 기본 원칙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심은석은 판사로서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던 중 어린 아들이 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하는 법정에서 무작정 뛰쳐나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지만, 분노하고 울부짖은 것 말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피해자의 부모인데도 아들을 죽인 소년범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서 퇴장당하고, 불과 3분 만에 내려진 판결 앞에서 참담해한다. “법이 원래 그래. 피해자라고 법이 모두를 보호해주는 건 아니니까.” 판사인 그가 다루는 법이 원래 그렇다는 말에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소년범죄에 희생당한 어린 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로서의 삶이 파국에 이른 뒤, 판사로서의 직무에 충실한 심은석은 갱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년범을 혐오한다. 법률상으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촉법소년임을 인지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다. 판사로서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소년범죄의 잔혹성에 경종을 울리는 결정을 내리면서 촉법소년 출신 판사 차태주(김무열)와 갈등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처럼 소년범죄를 대하는 그의 냉정하고 단호한 태도는 가해자의 교화를 통한 갱생에 초점을 맞춘 소년법정의 부정적 측면을 날카롭게 부각시킨다.“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원칙에 따른 처신 때문에 내부고발자라는 부당한 시선도 받지만 심은석의 법 인식은 매우 명확하다. 그는 교화를 통한 갱생의 태도를 견지하는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에게 “보여줘야죠. 법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자기 새끼 아깝다고 부모가 감싸고돈다면 국가가, 법원이 제대로 나서야죠. 그러라고 우리 모아놓은 거 아닙니까?”라고 항변한다. 또 강원중의 후임으로 부임하여 자신의 법정에는 감정이 없다면서 ‘신속한 재판’ 원칙을 강조하는 나근희(이정은)를 향해서는 “왜 재판을 속도로 처분합니까?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해서 놓쳐버린 아이들, 그 피해자들은 대체 누가 책임지는데요? 그거야말로 일의 효율이 아니라 무책임 아닌가요?”라고 따진다. 심은석의 항변에서 공적 제도로서의 법에 대한 사회적 불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심은석 판사의 소년법정에서 다뤄지는 사건들이 드라마의 설정이 아니라는 사실이 암담하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르고, 더 나아가 법정을 조롱하는 태도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촉법소년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잔인하고 포악해지는 소년범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여론을 반영하여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물론 ‘교정과 교화를 통한 갱생’의 희망을 포기하면 곤란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적어도 소년법정이 가해자의 교정과 교화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피해자가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촉법소년의 갱생과 사회적 격리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절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소년법 촉법소년…‘소년심판-두 번의 죄와 벌’

 
[한국강사신문 이미숙 기자] 26일(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소년심판 - 두 번의 죄와 벌’ 편이 방영된다.
[사진출처=SBS]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 온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소개한 글쓴이 윤희영 씨(가명)는 자신의 17살 된 딸이 모텔에 감금돼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어머니 희영 씨가 카메라 앞에서 꺼낸 그날의 일은 충격적이었다. 가해자는 지적장애 3급을 앓고 있던 딸과 SNS를 통해 아는 사이가 되었다는 나리 양(가명,18세)과 유성 군(가명,18세)을 비롯한 또래들. 어머니는 딸 소영 양(가명)에게 살가운 새 친구들이 생겼다고 생각했다는데...

“자꾸 옆에서 손이 되고 발이 돼주고 하니까
저는 솔직히 나리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 어느 순간 돌변해서 친구들하고 같이 쥐잡듯이 잡더라고요, 아이를”
- 피해자 어머니 인터뷰 중 -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딸에게 일이 생겼음을 알아챈 어머니. 소영 양이 괴롭힘을 당한 사실도 알게 되자, 아이들을 서로 만나지 못하게 막기도 했으나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딸 소영 양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어머니 희영 씨에게 직접 전화를 하는가 하면, 돌연 태도를 바꿔 오히려 자신들을 화나게 한 소영 양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집까지 찾아오기도 했다는데...

그러던 지난해 6월의 어느 날, 연락이 끊긴 딸 소영 양을 찾기 위해 밤거리를 헤매던 어머니는 번화가의 한 모텔에서 딸을 찾을 수 있었다. 옷이 벗겨진 채 공포에 질려 있던 딸 소영 양. 그날 아이들과 소영 양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영 양이 자신들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렀다는 가해자들. 10대임에도 그들이 저지른 일은 너무나 참혹하고 계획적인 범죄였다. 가해자들은 소영 양을 홀로 불러낸 뒤 모텔로 유인해 두 시간에 걸쳐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고문했다. 소영 양이 신고하지 못하도록 핸드폰을 빼앗았고, 소영 양의 괴로움을 즐기듯 자신들의 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했다.

이 참혹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공분하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그런데 제작진은 사건을 취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해자 중 나리 양과 유성 군은 또 다른 사건의 가해자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그 사건은 구속된 나리 양이 피해자 소영 양에게 보낸 편지에도 드러나 있다.

“내가 한때 혜린(가명)이를 잃고 너무나 큰 아픔이 있을 때,
네가 나에게 괜찮냐며 다독여줬던 게 아직도 떠올라”
- 김나리의 편지 중 -

나리 양이 주도한 사이버불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피해자 ‘장혜린(16세, 가명)’양. 모텔 감금, 폭행 사건이 있기 일 년 전, 나리 양은 친구였던 혜린 양을 SNS 등을 통해 지속해서 괴롭혔다. 혜린 양에 대한 막말과 폭언이 가득했던 SNS 단체 채팅방의 메시지들. 단체방에선 혜린 양에 대한 언어폭력 수위가 점점 높아졌고, 과거 혜린 양의 성폭행 피해 사실까지 퍼져나가게 되었다. 결국 친구들과의 갈등과 성폭력 사건의 2차 피해로 고통 받던 혜린 양은 나리 양과 친구들을 만나고 온 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혜린 양 부모의 신고로 나리 양을 비롯한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고, 가해 아이들은 혜린 양을 괴롭힌 피의자가 되어 재판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 일으킨 모텔 납치 감금 사건. 어린 무법자들은 반성은커녕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또다시 다른 친구를 먹잇감으로 삼아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가해 아이들에게 사법절차나 법은 왜 아무런 경고가 되지 못한 것일까.

두 개의 사건으로 두 번의 심판을 받게 된 어린 무법자들. 딸 소영 씨 사건으로 재판을 참관했던 어머니 희영 씨는 가해 아이들을 보며 분노를 삼켜야 했다고 토로한다. 판사 안에선 눈물을 흘리던 아이들이 재판정 밖 대기실에선 아무런 반성의 기색도 없이 웃음을 터트리며 떠드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입장 확인을 위해 우리가 연락해 본 가해 아이들은 담담했다.

“우리는 이미 재판도 다 끝났고 판사님께서 벌도 하사하시고
피해자께서 용서해주셔서 끝난 건데
왜 지금 와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 나리 양과의 통화 내용 중 -

가해자들은 다 끝났다고 하지만, 혜린 양의 가족들은 딸을 잃은 그 날의 아픔에서 여전히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소영 양은 감금, 폭행당했던 공포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고통을 마주하며, 우리 사법제도가 가해자에게도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피해자들. 그리고 연일 보도되는 어린 무법자들의 참혹한 범죄를 접하며, 사람들은 목소리 높여 미성년자의 범죄 행각도 엄벌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에 답하듯 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후보들도 저마다 ‘촉법소년’ 제도와 관련해 처벌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어린 무법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이란 무엇일까.

 

1953년 소년법 제정 이후 69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어린 무법자들은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어린 나이가 큰 감경요소가 된다는 점을 악용할 만큼 영악하게 변한 듯 보인다. 멈추지 않는 그들의 일탈을 막을 방법은 결국 강력한 처벌일까.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강력 처벌은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하는 국가마저 아이들의 교화 가능성을 박탈하는 일이 될 수 있고, 나아가 청소년들을 더 큰 범죄자로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 심화하는 소년법 논란. 과연 우리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위해 어떤 답을 택해야 할까.

1295회 그것이 알고 싶다 [소년심판 – 두 번의 ‘죄와 벌’] 편에서는 잔혹해져 가는 미성년자 범죄에 대해 알아보는 한편, 심리·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소년범의 범죄행각에 대해 분석하고 어린 무법자들의 일탈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촉법소년>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되며, 이를 통해 ‘보호처분’에 처해진다. 보호처분은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관의 단기(短期) 및 장기(長期) 보호관찰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병원, 요양소 또는 의료재활소년원에 위탁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단기 및 장기 소년원 송치 등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러한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한편, 소년법에서는 ‘19세 미만의 자'를 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년범은 연령에 따라 범법소년(만 10세 미만), 촉법소년, 범죄소년(14세 이상∼19세 미만)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의 경우 아직 어려서 일체의 법적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를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형사 책임능력’이다. 형사 책임능력은 자기 행동의 성격을 이해하고 자신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법이 인정하는 개인의 지적 상태이다. 촉법소년은 형사 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의 대상이 된다. 소년법 폐지나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요즘 청소년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보다 정신적·신체적으로 성숙해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책임질 수 있다고 한다.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전체 소년범죄 중 무면허 운전의 예를 들어보자. 촉법소년 A군(13)은 가출해 차를 훔쳐 무면허로 운전했다. 일반적인 청소년은 무면허 운전을 하지 않는다. 가정과 학교에서 체득한 최소한의 준법성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군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책임능력이 없는 상태였다. 소년부 판사는 A군의 재범을 막고 소년원에서 보호와 치료를 하기 위해 9호 처분(소년원 6개월)을 결정했다.

과거 성인 보호관찰 업무를 맡았을 때 대상자 중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으로 재판을 7회 받은 중년 남성이 있었다. 형사법정에 일곱 번 서는 동안 실형을 선고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벌금형과 집행유예, 보호관찰 처분만 받았다. 형사책임 능력이 있는 대부분의 성인들은 음주운전을 하고 싶은 욕구와 충동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도 음주·무면허 운전을 반복한 성인범이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반면 소년부 법정에서는 오토바이나 차량을 무면허로 운전해 보호처분 중 9호나 10호 처분(소년원 2년)을 받는 소년들이 많다. 물론 그중에는 촉법소년들도 있다. 형사 책임능력이 있는 어른들은 음주 상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해도 형의 집행을 유예받고 사회 내 처우인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자유를 누리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자유를 박탈당하고 최대 2년 동안 소년원에 수용된 촉법소년은 가벼운 처분을 받은 것일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다른 쟁점은 보호처분의 ‘교화 가능성’이다. B양(16)은 사기로 장기 보호관찰 처분(2년)을 받았다.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다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의 일명 ‘현금 수거책’ 역할을 맡아 피해자에게서 현금을 건네받아 편취했다. 물론 몸통인 조직은 돈을 받고 중국으로 도주했다. 어른도 기망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청소년을 범죄에 이용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B양은 지병으로 집에서 요양 중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범행 이유는 학원비가 필요해서였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싶었다. 생애 첫 범죄였다. B양은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과 원호를 받으며 재범 없이 성실하게 생활했다. 보호관찰이 종료될 무렵,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고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만이 논란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형사 책임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위기청소년을 보호처분으로 교화하고 재사회화하는 소년범죄 예방 및 재범 방지 대책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 역량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

 

 

 

 

범법, 촉법…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속 소년범죄 개념 정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속 주인공이다. 25일 공개된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주연 '소년심판'은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한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의 눈을 통해, 소년범죄 심각성과 소년재판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다룬다.

"보여 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드라마 '소년심판' 속 이 대사가 주목받는 배경엔 최근 들어 촉법소년에 대해 싸늘해진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간이나 상해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 대신 "어차피 처벌 못 하는 나이"라고 말하는 일부 미성년자들의 태도가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실제로 촉법소년은 몇 번이고 법을 어겨도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다. 법에 규정이 돼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9조 (형사 미성년자)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범법소년, 촉법소년, 범죄소년⋯나이에 따라 구별된다

법 규정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나이에 따라서 받는 처벌이나 처분이 달라진다.

❶ 만 10세 미만 : 범법소년
❷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 촉법소년
❸ 만 14세 이상~19세 미만 : 범죄소년

여기서 10세 미만인 범법소년(①)은 형사 처벌과 보호처분 모두 받지 않는다. 14세 미만인 촉법소년(②)은 형법상 처벌은 할 수 없지만,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 대상이다.

소년법 제4조 (보호의 대상과 송치 및 통고)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1. 죄를 범한 소년
2.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

그런데 최근 자신이 촉법소년인 점을 이용해 범죄를 서스름 없이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지난 22일엔 무인가게에서 11일 동안 20번 넘게 물건을 훔친 13살 중학생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 학생이 훔친 액수만 약 700만원인데, 경찰에 붙잡힐 때마다 "촉법소년인데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도 무인모텔에서 난동을 피우던 중학생들이 "어차피 처벌 안 된다"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조롱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반면, 14세 이상 19세 미만 범죄소년은 경우에 따라 소년법상 보호처분이 아닌 형사 처벌도 가능해진다. 형법상 책임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형사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촉법소년 나이를 현행 14세에서 12세로 더 낮추자거나 아예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1월,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단속 경찰에게 주먹을 휘두른 10대들이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된 사건도 그랬다. 자신들이 '촉법소년'이라 주장하며 경찰 출석을 거부했지만, 10대 후반으로 범죄소년에 해당해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태였다.

 

소년원 가는 건 전과가 아니다? '소년보호처분'이란

이 같은 소년보호사건은 일반 형사 재판부가 아닌 가정법원 혹은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심리와 처분이 이뤄진다. 모든 심리는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이뤄진다.

소년부 판사는 형사 처벌 대신 1호부터 10호까지 보호처분을 내리는데, 2년 이내로 소년원에 보내지는 10호가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흔히 소년재판을 받으면 소년원에 간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최소 8호 이상 처분을 받았을 때다. 또한 소년원은 징역형 등을 선고 받아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과 달리, 보호처분에 불과해 전과도 남지 않는다. 소년부 송치 기록만 관계기관에 남게 되고, 재판이나 수사 등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임의로 조회할 수 없다.

소년재판 아닌, 일반 형사재판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14세 이상이라면 미성년자일지라도 소년재판이 아닌 일반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다.

소년부 판사가 ▲14세 이상 19세 미만인 범죄소년이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고 ▲범행 동기나 죄질 등을 살펴볼 때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일반 형사 재판을 받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소년법 제7조, 제49조 제2항).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법원에 넘겨진 소년 보호사건은 총 3만 8590건. 이 가운데 364건은 "보호처분으론 부족하다"며 형사 재판으로 넘겨졌다.

형사 재판으로 되돌아간 소년범죄 1위는 절도였다(98건). 2위는 사기죄(66건)를 저지른 경우였고, 공동 3위는 폭행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이 차지했다(각 31건). 성매매 등 성범죄 관련 사건도 21건으로 4위였다.

최근 5년간 소년범죄는 물론 14세 미만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계속 증가 추세다. 지난 2016년, 3만 3738건이었던 소년보호사건은 2020년엔 3만 8590건으로 늘었다. 5년 새 약 15%가 증가한 셈이다. 14세 미만 촉법소년이 소년부로 송치된 경우도 2016년 2858명에서, 2020년엔 3465명으로 21% 가량 늘었다.

 

 

사형·무기징역은 선고 못 해⋯최대 징역 20년까지만

다만, 소년범이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질렀어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엔 처할 수 없다. 무기징역 등을 선고해야 하는 경우엔 징역 15년으로 형을 완화해야 한다.

소년법 제59조 (사형 및 무기형의 완화)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하여 사형 또는 무기형(無期刑)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

살인이나 강간 같은 특정강력범죄를 저질러 가중처벌을 하더라도 최대 20년까지만 선고할 수 있다.